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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정문정

은혜갚는까치 2022. 3. 1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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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넘으면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이를 왕창 먹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지만 나이를 먹고 부모가 된다 하여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란 것을 깨닫는 하루하루가 계속되고 있다. 별생각 없이 타인이 던진 말 한마디에 애써 표정의 변화는 숨기지만 가슴이 철렁하는 일이 많아 우찌 하면 예상치 못한 기분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유연하게 넘길 수 있을지 고민던 중 이 책"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정문정"을 읽게 되었다.

"나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을 자꾸 참으면 내가 무기력해진다. 무례한 사람을 만난다면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나만의 대처법을 갖춰야 한다. "다들 괜찮다는데 왜 너만 유난을 떨어?” 하는 사람에게 그 평안은 다른 사람들이 참거나 피하면서 생겨난 가짜임을 알려주어야 한다. 인류는 약자가 강자에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라고함으로써 이전 세대와 구별되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부당함을 더는 참지 않기로 하는 것,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은 이런 것이라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 세상의 진보는 지금까지 그렇게 이루어져 왔다."


"재능이 있고 없고 가 중요한 게 아니고, 스스로 있다고 생각하는 그 믿음이 중요한 거다."
남들이 지적하는 말을 듣고 단점을 없애는 부분만 집중하다 보면 장점도 함께 없어지고 만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좋아할 때, 단점이 있더라도 특정한 장점이 크게 발휘되는 사람을 보고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원래 반짝거렸던 것들을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로 수정하다 보면, 결국 그것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게 되어버린다.

기본적으로 상대가 무슨 말을 하면 그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너무 지나치게 의심하지 말고요. 상대의 말을 두 번 세 번 곱씹으면서 괜히 넘겨짚지 마세요. 그건 정말 건강하지 않은 업무 습관인데 그 생각에 빠지기가 너무 쉽습니다. 그런 마음의 덫에 빠지는 동료들을 너무 많이 봤어요. 특히 당신이 리더의 자리에 있고 서로 다른 문화권의 동료들을 대할 때는 기본적인 신뢰를 가지고 상황을 바라봐야 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세요.

회사는 기본적으로 이익 창출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집단으로 꾸려진 임시 모임이다. 회사 사람은 친구가 아니라 이해관계가 같은 동료일 뿐이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을 하다 보면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가치관을 가진 동료가 있을 수 있고, 면전에서 나와 대립하는 동료가 있을 수 있다.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에서는 사려 깊게 대하기가 어려워 무심코 말이나 행동으로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 모든 일에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하고 이유를 곱씹다 보면 나락으로 떨어지기 쉽다.

특히 상대의 행동을 넘겨짚고 곱씹는 버릇을 없애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자꾸만 의도를 곱씹다 보면 피해의식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해되지 않는 상대의 반응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드러난 사실 자체만 봐야 한다. 그처럼 적당한 무심함과 둔감함은 상대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존중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태도이기도 하다. 직장에서 이런 마음으로 서로를 대한다면 스트레스가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내가 만난 성공한 직장인들의 롱런 비결이 이것이었다.

친구 또는 애인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이 언제나 공허하다면, 그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그보다 나를 더 소중히 대해주었던 사람들이 떠오른다면, 서운함 때문에 마음속에 뾰족함이 자라나 뼈 있는 말로 자꾸 상처를 주게 된다면 그 관계는 잠시 멈추어야 한다. 이때는 서로 지쳐서 그런다는 걸 알아차리고 서로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거리를 두고 그간 섭섭함을 느꼈던 부분을 차분히 정리해보면 감정의 온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경험상 “너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게으르고 무책임한 애야”로 부글부글 끓던 마음이 “매번 약속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자, 날 소중한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았어” 정도로 한결 차분해진다. 뼈 있는 말을 하고 나서 매번 후회하는 사람이라면 잠시 거리를 두어보길 추천한다.

그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취향의 합인 사람을 볼 때 역시, 당장은 이해되지 않더라도 내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판단을 보류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내가 맞고 그 사람이 틀려서 내 보기에 그가 못마땅한 것이 아니라, 우리는 다만 아직 만날 때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좋고 싫음에 대한 판단은 보류하고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다 보면, 언젠가 인연이 닿아 좋은 관계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 휘둘린다는 느낌이 들 때, 사람들을 만나지만 자꾸 헛헛해질 때 인간관계에 관한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 경조사를 예로 들면, 나는 돌잔치에는 절대 가지 않고 축의금도 보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했다. 결혼식은 동료 거나 절친한 사람인 경우에만 가고, 축의금을 보낼 사람과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을 사람으로 구분한다. 반면에 장례식은 최대한 참석하고, 여의치 않으면 조의금이라도 보낸다. 일상에서도 사람을 만나면서 나를 감정 쓰레기통 삼는다는 생각이 들거나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이 있다면 예의는 차리되 최대한 거리를 두면서 대한다. 업무상 필요한 때가 아니면 직접 만날 일은 만들지 않는다.

옷장과 책장을 정리하듯 인간관계도 주기적으로 상태를 살펴야 한다. 사람 사이 관계가 의미 있으려면 그것이 작용하는 맥락과 신뢰를 쌓기 위한 절대치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젊은 날 주말도 없이 회사 사람들과만 어울린 대기업 부장이 퇴직 후 가족들과 관계 맺음을 다시 시작하려고 할 때, 가족들이 거부하거나 어색해하는 건 그래서다.

아사이 료의 소설 《누구》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인맥을 넓히겠다고 늘 말하지만, 알아? 제대로 살아있는 것에 뛰고 있는 걸 '맥'이라고 하는 거야. 너 여러 극단의 뒤풀이 같은 데 가는 모양인데, 거기서 알게 된 사람들과 지금도 연락하고 있냐? 갑자기 전화해서 만나러 갈 수 있어?”

우리는 늘 바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인맥관리 때문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놓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얕은 방식으로는 인간관계의 맥이 펄펄 뛰지 않는다는 걸.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단어는 아닌데 이상하게 책을 읽는 동안 그리고 책을 다 읽은 지금까지도 "헛헛한"이란 단어가 자꾸 입안에 맴돈다. 요즘 내 삶을 가장 짧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인 것 같다. 어릴 때는 책 읽는 것을 좋아했는데... 직장생활을 시작된 후로는 15년 가까이 한해에 한두 권도 읽지 않는 삶을 살았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좋은 것을 발견한 느낌이랄까? 책 발행 당시 저자가 30대 초반 여자분이라 당연히 공감되는 부분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마흔이 넘은 내가 아직 어른이 아닌 것처럼 나이가 어리거나 성별이 다른 것은 오직 나만의 선입견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랜만에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정문정"! 저자가 이 글을 볼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글쓴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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