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동네 뚜레쥬르에 케이크를 사러 갔다. 생크림 과일 케이크 50% 할인 딱지가 붙어 있길래 사장님께 이건 왜 할인을 이렇게나 많이 하냐고 물어보았다. 어제 만들었고 생크림 과일 케이크는 유통기한이 짧아 제조 후 하루만 지나도 바로 할인판매를 한다고 한다. 먹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고 사도 된다고 하신다. 아하! 없는 살림에 횡재다 싶어 냉큼 사서 집으로 왔다.
잠시 후 집에 와서 케이크 박스를 열고 초를 꽂는데 딸기에 하얀색 물질이 보인다. 생크림치고는 이상하다 싶어 자세히 보니 아뿔싸! 곰팡이다. 몇 해 전 방송으로는 봤었는데 설마 진짜 이런 일이 나에게도 생길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먹기 전에 발견해서 다행이었다.
판매점에 연락하니 사장님은 자리를 비웠고 직원분을 통해 사장님께 전달을 요청드렸다. 잠시 후 당연히 사장님이 직접 전화할 줄 알았는데 바쁘신 일이 있으신지 또다시 직원분을 통해 연락이 왔다. 매장을 방문하면 교환 또는 환불을 해주겠다고 하신다. 곰팡이가 핀 케이크가 있었던 냉장고 안의 다른 케이크로 교환하고 싶지 않았고 실 책임자가 아닌 직원을 통한 대응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환불을 받았다. 화가 많이 났지만 직접 판매를 한 것도 아닌데 떨리는 입술로 사과하는 직원분께 화를 낼 수는 없었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사장님은 현명했다. 전화를 직접 했거나 매장에 있었으면 파이팅 넘치는 사장님의 토요일 오후를 만들어 드렸을 것 같다. 사장님한테 화를 냈다면 나도 주말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직원분께서 사장님이 쿠키를 싸주라고 하셨다 하시며 종이봉투를 건네주셨다. 직원분한테는 미안했지만 받는 순간 사장님의 사과를 받지도 못했는데 사과를 받은 것으로 오해할까 싶어 받지 않았다.
착한 뚜레쥬르 직원분의 설명에 따르면 생크림 과일 케이크는 빵만 본사에서 받아 매장에서 직접 생크림과 과일을 얹기 때문에 별도 유통기한 표시나 제조일 표시가 없다고 한다. 생크림 과일 케이크를 사는 경우 필히 과일 상태를 보고 사야 될 듯하다. 가능하다면 매장에서 만드는 경우에도 별도 제조일, 유통기한을 표시해두는 게 재고관리 및 위생관리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파리바게트에 들려 초코반 딸기반 케이크를 샀다. 생크림 케이크가 아니어서 인지 케이크 바닥에 유통기한 표시가 되어 있다.
얼마 전 신문에서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이 20% 이하로 떨어졌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었다. 나는 파리바게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빵값이 높은 이유가 SPC 삼립과 관계있다는 내용의 글을 본 적이 있다. 기업의 이윤추구는 당연한 것이지만 이 기업은 정도가 지나치다고 생각이 들었다. 곡물 자급률이 20% 이하에 밀유통 반독점 구조, IMF 때 존폐의 위기를 거쳐서 이렇게 밖에 될 수 없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 빵값은 너무 비싸고 그 원인 중 하나가 SPC삼립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어제 SPC삼립의 재탕 야심작 포켓몬스터 빵을 사기 위해 대형마트에서 줄을 섰고 뚜레쥬르 곰팡이 케이크를 피해 파리바게트를 찾았다. 동네의 두 개의 뚜레쥬르 매장 중 한 군데는 사장이 유독 불친절하고 한 군데는 곰팡이가 핀 케이크를 파니 이제 남은 선택지는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파리파게트 밖에 없는 듯하다.
새삼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뚜레쥬르 사장님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상품이라고 하셨지만 50% 할인 판매하는 제품이 제값 받고 판매하는 상품과 같은 품질일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기업 제품이라고 마냥 믿고 사지 말고 앞으로는 꼼꼼히 살펴보고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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